과거 미국 리츠(REITs)와 리츠 ETF는 고배당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전한 현금흐름'이라는 오랜 믿음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착화된 비대면 근무,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인력 감축과 사무실 축소, 그리고 고금리와 부채 만기 폭탄까지 더해져 미국 리츠와 이를 담은 ETF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장기 보유 대상이 아니다. 주요 경제지와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의 경고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짚어 보려고 한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재택근무의 뉴 노멀화

팬데믹은 사무실 출근이라는 전통적 근무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미국 노동통계국(BLS)과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 JLL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20%에 육박하거나 이미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특집 기사 "The urban doom loop"에서 "도심 사무실 공실률 상승이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 지방 세수 감소, 도심 공동화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았으며,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 축소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오피스 리츠의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는 장기적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둘째, 인공지능 발달과 대규모 인력 감축에 따른 오피스 수요 추가 붕괴

여기에 AI가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2023년 보고서 "Generative AI and global growth"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약 3억 개의 일자리를 자동화의 영향권에 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테크 기업을 필두로 화이트칼라 일자리 감축이 가속화되면서, 사무실 수요의 원천인 정보·금융·전문 서비스 분야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2023년 발간한 보고서 "Empty spaces and hybrid places"에 따르면, AI와 자동화로 인한 사무직 인력 최적화는 중장기적으로 주요 글로벌 도시의 1인당 오피스 면적 수요를 구조적으로 10~20% 이상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무실 리츠의 미래 현금흐름을 낙관하기 어렵다.

셋째, 고금리와 부채 만기 벽 — 상업 부동산의 시한폭탄

현재 미국 리츠와 상업 부동산 시장을 짓누르는 가장 직접적 위협은 금리다. 연준의 긴축으로 기준금리가 20년 만의 최고 수준에서 장기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의 리파이낸싱 비용이 폭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4년 4월 "Office Building Owners Are Facing a $1.5 Trillion Debt Maturity Wall" 기사에서 2025년 말까지 약 1조 5천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 만기가 도래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현재 자산 가치보다 높은 LTV로 인해 차환에 실패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상업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리츠의 순자산가치(NAV)와 배당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오피스 리츠는 이미 배당을 대폭 삭감하거나 중단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넷째, 리테일과 전통 리츠의 이중고, 그리고 리츠 ETF의 함정

구조적 변화는 오피스에 그치지 않는다. 이커머스의 지속적 성장으로 리테일 리츠 가운데서도 B·C급 쇼핑몰과 생활밀착형 소매 자산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024년 초 "US Commercial Real Estate Is Facing a $1 Trillion Reckoning"이라는 심층 보도에서 상업 부동산 전반의 손실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단순 오피스를 넘어 리테일과 일부 복합용도 자산으로 확산 중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리츠 ETF다.

Vanguard Real Estate ETF(VNQ)나 Real Estate Select Sector SPDR(XLRE) 같은 대표 ETF는 오피스와 리테일 비중이 여전히 15~20%에 이르며, 여기에 코로나 이후 데이터센터·셀타워·물류 리츠가 지수 내에서 주가를 떠받치고 있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착시시키는 효과를 낸다. CNBC의 2024년 분석 기사 "Why REIT ETFs may not be as safe as you think"는 "섹터 전체에 투자한다는 착각이 특정 고위험 자산군에 대한 과도한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적극적 선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지와 연구기관이 말하는 미국 상업 부동산의 미래

종합하면 미국 상업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바이퍼케이션(Bifurcation), 즉 양극화로 수렴된다.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피스 자산 중 A급 친환경·스마트 빌딩은 살아남겠지만, B·C급 구형 오피스는 좀비 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글로벌 9대 도시에서 오피스 수요가 최대 38% 감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반면, 물류·데이터센터·헬스케어 리츠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고령화,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으며 상대적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전체 지수 추종 ETF는 이러한 양극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부실 자산을 계속 안고 가기 때문에, 향후 수년간 지수 전체의 총수익률은 명목 배당률을 장부가치 하락과 자본 손실이 잠식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맺으며, 단순 고배당의 유혹을 경계하라

미국 리츠와 리츠 ETF는 더 이상 '사 놓고 잊어도 되는' 자산이 아니다. 재택근무의 영구화, AI로 인한 화이트칼라 인력 구조조정, 고금리로 인한 부채 차환 리스크, 자산 가치 하락과 배당 삭감 가능성은 구조적이고 중첩적인 위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ETF가 과거의 구성 비중을 유지한 채 팔리고 있으므로, 투자자는 반드시 섹터별 구성과 편입 리츠의 대차대조표를 정밀히 분석하거나, 데이터센터·물류·라이프사이언스 등 미래 지향적 리츠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을 취해야 한다. 경제지의 일관된 경고를 외면한 채 고배당에 현혹된다면, 자본 손실과 배당 축소라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고문헌

  • The Economist, "The urban doom loop: What will the post-pandemic city look like?", 2023.
  • Goldman Sachs Research, "Generative AI could raise global GDP by 7%", 2023.
  • McKinsey Global Institute, "Empty spaces and hybrid places: The pandemic's lasting impact on real estate", July 2023.
  • Wall Street Journal, "Office Building Owners Are Facing a $1.5 Trillion Debt Maturity Wall", April 2024.
  • Bloomberg, "US Commercial Real Estate Is Facing a $1 Trillion Reckoning", January 2024.
  • Morgan Stanley Research, "US Real Estate: The Coming Downturn", 2023.
  • CNBC, "Why REIT ETFs may not be as safe as you think", March 2024.
  • CBRE, "US Office Market Figures Q4 2024"; JLL, "Office Market Statistics Q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