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호령하던 네파(NEPA)의 위상이 처참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 영업 손실은 전년 대비 약 181% 상승했고, 부채 비율은 무려 575%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찍었습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러닝과 등산 수요가 폭발하며 아웃도어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노스페이스가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과연 무엇이 잘나가던 네파를 이토록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을까요? 그 이면에는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의 'LBO(차입 매수)'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1조 원짜리 승자의 저주, LBO의 덫
네파의 비극은 2013년 MBK 파트너스가 약 9,80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MBK는 이 막대한 인수 자금을 차입 매수(LBO)방식으로 조달했습니다. 이는 인수할 기업(네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업을 사는 방식으로, 결국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빚과 이자 상환의 부담을 고스란히 인수된 기업이 짊어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네파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년 200억에서 3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당해 왔습니다. 기업이 열심히 벌어들인 현금이 신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등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로지 빚을 갚는 데만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것입니다.
투자는 뒷전, '회수'에만 급급했던 운영
사모펀드의 본질은 기업 가치를 높여(Value-up) 비싼 값에 파는 것이지만, 네파의 사례에서는 '가치 제고'보다 '투자금 회수'가 우선순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MBK는 네파가 적자로 돌아서기 직전까지 약 552억 원에 달하는 고액 배당을 챙겼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성장이 절실한 시점에 이자 부담도 모자라 배당까지 얹으며 회수에만 치중했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네파가 재무적 한계에 부딪히자, 경쟁사인 K2와 아이더에게 주식과 상표권을 담보로 1,800억 원을 빌려왔다는 점입니다. 자칫하면 브랜드 자체를 경쟁사에 넘겨줄 수도 있는 이례적이고 위험한 선택을 할 만큼 네파의 자금 동원력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쪼그라든 브랜드 가치,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이러한 경영 실패의 결과는 수치로 증명됩니다. MBK 인수 당시 4,200억 원에 달했던 네파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1,500억 원대까지 급감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망해가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박히게 된다면, 브랜드 베이스의 패션 기업으로서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네파가 이 '사모펀드의 저주'를 풀고 다시 비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차입 부담을 줄이는 근본적인 재무 구조 개선이며, 둘째는 트렌드에 뒤처진 브랜드를 완전히 새롭게 정비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입니다.
사모펀드의 LBO 방식 자체가 무조건 악은 아닙니다. 하지만 경영 개선과 투자라는 본질을 잊은 채 기업을 단지 '현금 인출기'로만 여기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네파 사례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웃도어 시장의 화려한 부활 속에서 홀로 빚의 굴레에 갇힌 네파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자본 시장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