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7일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전업무에 대한 등록의무를 신설했다. ‘디지털자산이전업’이라는 별도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고,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국경 간 디지털자산 흐름의 공식 책임 주체로 명문화된 것이다. 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국내 거래소·커스터디 사업자가 짊어질 등록 부담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 개정이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깊게 흔드는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재단(foundation)과 해외 거래소다.
왜 해외 플레이어가 핵심인가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구조적 특징은 ‘국내 유동성은 거대하지만 발행과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역외에 있다’는 비대칭성이다. 토큰을 발행하는 재단은 싱가포르, 케이맨, 스위스 추크,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법인을 두고, 유동성과 결제 인프라는 글로벌 거래소가 쥐고 있다. 한국 투자자와 한국 프로젝트는 이 역외 구조 위에서 거래해 왔다.
지금까지 이 흐름은 ‘회색지대’에서 작동했다. 해외 재단이 한국 투자자에게 토큰을 분배하든, 글로벌 거래소가 한국 이용자의 자산을 국경 너머로 옮기든, 그것이 외환질서의 규율 대상인지 여부 자체가 모호했다. 이번 개정은 그 모호함을 정리한다. 국경을 넘는 디지털자산의 이동이 외환 모니터링 체계 안으로 들어온 순간, 그 이동에 관여하는 주체가 국내 법인이든 해외 법인이든 ‘한국과 외국 간 이전업무’에 해당하는지가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된다.
해외 재단이 마주하게 될 세 가지 질문
첫째, 한국향 토큰 분배는 ‘이전업무’인가.해외 재단이 한국 거주자에게 토큰을 에어드롭하거나, 한국 파트너에게 토큰을 담보·대가로 이전하는 행위가 디지털자산이전업의 규율 범위에 들어가는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만약 하위법령이 이 범위를 넓게 해석하면, 한국 시장을 겨냥한 발행·분배 활동 자체가 등록 또는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재단 입장에서는 토큰 설계 단계에서부터 ‘한국 거주자에게 어떻게 도달하는가’를 법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둘째, 한국 파트너십이 규제 노출 경로가 된다.해외 재단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전형적 방식은 국내 빌더·마케팅 파트너·상장 자문사와의 협업이다. 그런데 이제 국내 파트너가 ‘국경 간 이전’에 관여하는 순간, 그 파트너가 미등록 이전업무를 영위한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해외 재단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한국 파트너에게 전가되고, 반대로 한국 파트너가 규제 부담을 이유로 해외 재단과의 협업을 기피하는 역선택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 진입의 문턱이 ‘기술 검증’에서 ‘규제 적합성 검증’으로 옮겨가는 것이다.셋째, 우회 구조에 대한 해석 리스크다. 입법 취지가 형식만 바꾼 규제 회피를 막는 데 있다면, 크로스체인 브릿지, 토큰 스왑, 해외 지갑 연동처럼 ‘경제적 효과는 국경 간 이전과 유사하지만 기술 메커니즘은 다른’ 거래들이 어떻게 다뤄질지가 관건이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법문이 이러한 우회 거래를 명시적으로 포섭하는지 단정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시행령·외국환거래규정 입법예고안에서 확인되어야 할 핵심 쟁점이며, 해외 재단의 한국 전략은 이 하위법령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 거래소: ‘한국 영업’의 정의가 다시 쓰인다
해외 거래소에게 이번 개정은 더 직접적이다. 한국은 이미 특금법 체계에서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외국 VASP에 신고의무를 부과해 왔고, 그동안 여러 글로벌 거래소가 한국어 서비스 차단, 한국 IP 제한, 신규 가입 중단 등으로 대응해 왔다. 이번 개정은 그 위에 ‘국경 간 디지털자산 이전’이라는 새로운 규율 축을 더한다.
핵심은 글로벌 거래소가 한국 이용자의 자산을 자사 플랫폼과 외부 지갑·해외 법인 사이에서 이동시키는 행위가 디지털자산이전업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되느냐다. 거래소의 출금·송금·내부 이체가 ‘한국과 외국 간 이전’으로 포착된다면, 한국 이용자를 받는 것 자체가 등록 의무를 촉발할 수 있다. 등록을 택한다면 특금법 신고, 자료 중계·집중 기관과의 전산망 연결, 시설·전문인력 확보, 검사 대응이라는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부담을 진다. 등록을 피한다면 한국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더 강하게 차단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시장은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력과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갖춘 일부 대형 글로벌 거래소는 한국을 ‘등록하고 들어갈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보고 정식 진입을 모색할 수 있다. 반면 중소형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구조에 가까운 플랫폼은 한국 시장의 규제 비용이 기대 수익을 넘어선다고 판단하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거리를 두게 된다. 한국 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의 스펙트럼이 좁아지는 것이다.
양성화의 빛과 그림자
이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을 ‘시장 양성화’의 신호로 읽는다. 그동안 무역대금 송금이나 해외 정산에 디지털자산을 활용할 여지는 있었으나 제도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인들이 실제 도입에 나서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국경 간 디지털자산 이동을 하나의 주류 흐름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는, 라이선스를 갖춘 사업자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논리는 해외 플레이어에게도 적용된다. 규제의 윤곽이 명확해지면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입하려는 글로벌 거래소나 한국 기관과 손잡으려는 해외 재단에게는 오히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다통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제 결제·정산, 토큰화 실물자산(RWA) 거래처럼 기관 수요가 분명한 영역에서는, 등록된 국내 인프라 사업자와 글로벌 발행사·금융기관이 연결되는 합법적 통로가 만들어진다. 신뢰가 거래의 전제 조건이 되는 기관 시장에서, ‘규율받는 시장’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진입 유인이 된다.
문제는 이 기회가 결코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의 직접적 수혜자는 이미 자본력과 법무·컴플라이언스 역량을 갖춘 대형 사업자다. 해외 진영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톱티어 거래소와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한국이라는 규율 시장에 적응할 자원이 있지만, 혁신적 기술을 앞세운 신생 재단이나 탈중앙화 인프라 사업자는 자신의 서비스가 규제 대상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계속 떠안는다. 결국 한국 시장의 해외 참여자 구성은 ‘선별적 제도권 편입’을 거쳐 재편될 것이다.
한국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지금 시점에서 정책 당국이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하위법령에서 ‘디지털자산이전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아 한국향 발행·분배 활동 전체를 규율 대상으로 빨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와 같은 불명확한 기준을 도입한다면, 기술 유형별·서비스 유형별로 세분화된 판단 기준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비수탁형 서비스, 프로토콜 개발자, DeFi 모델에 대해서는 일률 규제가 아니라 통제 가능성과 기능을 기준으로 한 차등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도 설계의 목표가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국제 결제·정산 인프라 경쟁력 확보와 산업 육성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이 디지털자산 흐름을 ‘관리’하는 데는 성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해외 재단과 글로벌 거래소가 한국을 ‘들어올 만한 시장’으로 볼지, 아니면 ‘비용이 편익을 넘어서는 시장’으로 볼지는 전적으로 하위법령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규제의 문턱이 너무 높으면 해외의 혁신적 유동성과 발행 역량은 한국을 우회할 것이고, 그 비용은 결국 한국 투자자와 한국 프로젝트가 치르게 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한국은 해외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차세대 국제 결제·정산 인프라의 파트너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단지 감시해야 할 외부 위험으로만 다룰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지도에서 차지할 위치가 결정될 것이다.
※ 본 칼럼은 2026년 5월 7일 통과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는 우회 거래의 포섭 여부’ 등 일부 쟁점은 향후 시행령·외국환거래규정 입법예고안에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
출처: https://github.com/gameworkerkim/vibe-investing/tree/main/02.Investment%20Idea%20Column
About the Author — Dennis Kim
Dennis Kim is a quantitative analyst and AI researcher operating at the converge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global financial markets. Since 2017, he has been deeply engaged in the blockchain industry, emerging as a key player connecting Korea and the broader Asian market—bridging ecosystems, capital, and technology across the region.
He served as CEO of Cyworld (Cyworld Z), steering one of Korea's most iconic social platforms, and built his foundation as a hands-on programmer with deep roots in the game security industry. Microsoft recognized his technical leadership with the Azure MVP award for nine consecutive years (2015–2023), and he remains an active cyber threat intelligence and security expert, publishing multilingual threat research read across the industry.
As a columnist, Dennis writes for both technical and general audiences, translating complex macroeconomic narratives and AI-driven signals into clear, actionable insight. Today, much of that work lives in his Vibe Investing repository, where he publishes deep-dive investment columns and develops AI-driven trading systems—turning the noise of markets and machine learning into a coherent investment edge.
His current focus sits squarely on the future he's spent his career preparing for: the fusion of AI and financial markets, where engineering rigor, security discipline, and market intuition m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