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지금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 러시를 앞두고 있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이라는 이른바 'AI-3'의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면서 월가의 시선은 온통 이 메가톤급 기술 기업들에 쏠려 있다. 그런데 이 화려한 행렬의 그늘에서 기묘한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1884년에 발견된, 142년 묵은 은광 보유 회사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것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를 증시 과열의 전조로 읽고 있다.

매출 제로의 은광 회사가 2조 원대 기업이 되다

지난 6월 4일 NYSE에 상장된 '선샤인 실버 마이닝 앤드 리파이닝(Sunshine Silver Mining & Refining, 티커 SSMR)'은 현재 공모 시장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다호주 실버밸리에 위치한 선샤인 광산은 1884년 블레이크 형제가 광권을 출원한 이래 누적 3억 6,000만 온스 이상의 은을 생산한, 한때 미국 최대이자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은광 중 하나였다. 1972년에는 갱내 화재로 광부 91명이 사망하는 미국 광산 역사상 최악의 참사를 겪었고, 은값이 온스당 5달러 아래로 추락한 2001년 결국 폐광됐다. 2007년 잠시 재가동을 시도했으나 이듬해 다시 멈춰 선,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 회사가 이번 IPO에서 주당 13.50달러에 2,000만 주를 팔아 2억 7,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19억 달러, 첫 거래일 개장가 15달러 기준으로는 약 21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매출이 사실상 전무한 '개발 단계'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타당성 조사는 2027년 초에나 완료되고, 실제 채굴 재개는 빨라야 2028년 말이다. 다시 말해 향후 2년 반 동안 단 1온스의 은도 캐지 못할 회사에 시장이 2조 원대 가치를 매긴 것이다.

과열의 신호인가, 합리적 베팅인가?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선샤인 광산의 지시자원(Indicated Resources) 평균 은 품위는 톤당 1,022그램으로 경쟁 광산의 3배 수준이며, 생산 재개 시 연간 약 670만 온스를 캐내 미국 2위 은광이 될 잠재력이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 수요의 최대 60%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크리티컬 미네랄' 서사까지 붙는다. 공모가 역시 희망 밴드(13.50~16.50달러)의 최하단에서 결정됐고 첫날 상승폭도 11% 수준에 그쳤으니, 광기 어린 폭등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핵심은 첫날 주가가 아니라 이런 딜이 성사된다는 사실 자체다. 2000년 닷컴 버블의 교훈은 명확하다. 버블의 말기 신호는 우량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평소라면 공모 시장 문턱도 넘지 못했을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에 성공하는 것이다. 매출 없는 광산 회사가 '미래 생산'이라는 스토리만으로 수억 달러를 조달하는 풍경은, 1999년 '닷컴'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자금이 몰리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IPO 연구의 권위자인 플로리다대 제이 리터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엄격한 가격 산정을 거쳤다는 '스토리 주식'들이 상장 직후 두세 배씩 뛰는 현상 자체가 시장 전체에 대한 우려 신호라고 지적한 바 있다. 피그마가 상장 첫날 250% 폭등하고, 크립토 거래소 불리시가 84% 급등하던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제 그 열기가 첨단 기술주를 넘어 140년 된 은광에까지 옮겨붙은 셈이다.

진짜 변수는 AI-3가 빨아들일 유동성이다

선샤인 실버가 '징후'라면, 본게임은 따로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20일 S-1을 제출하며 1조 5,000억 달러 안팎의 기업가치로 상장 절차에 들어갔고, 오픈AI도 1조 달러급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앤트로픽 역시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와 상장을 위한 초기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세 회사가 공모 시장에서 끌어갈 자금은 합산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교하자면 2025년 미국 IPO 시장 전체 조달액이 약 450억 달러였고, 역대 최대였던 2021년조차 1,560억 달러였다. 세 회사가 단독으로 과거 수년치 IPO 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돈을 시장에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월가의 시각은 갈린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메가 IPO가 기관투자자들의 현금 확보 수요를 자극해 단기 유동성 경색과 지수 차원의 매도 압력을 만들 것이라며 여름 상장 시즌을 앞두고 미국 주식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기관이 새 공모주를 담으려면 기존 보유 종목, 특히 매그니피센트 7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IPO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는 투자자조차 보유 종목의 수급 악화라는 형태로 이 여파를 체감할 수 있다.

반면 야데니리서치는 유동성 고갈 우려가 과장됐다고 본다. 2,000억 달러는 시가총액 60조 달러의 S&P500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지난 12개월간 미국 시장은 이미 2,320억 달러의 신규 주식 발행을 소화했으며, 머니마켓펀드에 약 8조 달러의 대기 자금이 쌓여 있다는 논리다. 야데니는 오히려 정반대의 리스크, 즉 '공급 부족'을 경고한다. 스페이스X가 전체 주식의 약 4.3%만 유통시킬 계획인 만큼, S&P와 나스닥이 신규 상장사의 지수 편입 요건을 잇따라 완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인덱스펀드들이 극소수 유통 물량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수급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든 구조적 부담은 남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은 AI-3 상장으로 S&P500 내 기술 섹터 비중이 48%를 돌파해 1970년대 '니프티 피프티'와 1980년대 일본 증시의 집중도 정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예고하는 등, 기존 빅테크의 대규모 주식 발행까지 겹치면 시장이 소화해야 할 물량은 더 늘어난다.

2000년의 교훈, 그리고 지금 봐야 할 것

140년 된 은광의 화려한 복귀는 그 자체로는 작은 뉴스다. 그러나 시장 역사에서 거품의 경고음은 언제나 주변부에서 먼저 울렸다. 본진의 펀더멘털이 견고해 보일 때조차, 그 열기가 변두리까지 번져 '무엇이든 상장만 하면 팔리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가 지금 지켜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스페이스X와 오픈AI의 공모가가 비공개 시장에서 형성된 밸류에이션을 공모 시장이 그대로 받아주는지다. 희망 밴드 하단 이하의 가격 결정이나 상장 첫날 부진은 앤트로픽을 포함한 후속 파이프라인 전체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메가 IPO 청약 시즌 전후 매그니피센트 7과 지수 전반의 수급이다. 자금은 무에서 창출되지 않으며, 어딘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셋째, 선샤인 실버 같은 '주변부 딜'의 성사 빈도다. 스토리만으로 자금이 조달되는 사례가 잦아질수록 시장은 2000년 3월에 가까워진다.

지금의 열기가 AI라는 실체 있는 기술 혁명에 올라탄 건강한 자본 재배치인지, 아니면 터지기 직전 거품의 마지막 불꽃인지는 결국 시간이 판정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26년 전에도 시장은 끝까지 "이번엔 다르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