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을 받고,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에 들어가며, 생성형 AI가 코드와 계약서와 투자 리포트를 대신 써주는 시대다. 이런 소식이 들려올 때면 마치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미래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특히 "AI가 이 종목의 3개월 후 주가를 예측합니다" 같은 광고 문구는 우리의 불안과 탐욕을 정교하게 자극한다. 그러나 냉철하게 살펴보면, AI는 결코 '예언자'가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확하다.

첫째, 인공지능은 만능이 아니다.우리가 'AI'라고 부르는 기술의 본질은 거대한 수학 함수의 집합체다. 입력된 숫자 패턴에서 규칙성을 찾아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출력을 내놓을 뿐이다. 그 어떤 AI도 자신이 처리하는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고양이 사진을 분류하는 AI는 그것이 살아있는 동물인지, 단순히 픽셀 덩어리인지 알지 못한다. 이런 도구가 '미래를 예지한다'는 발상은, 정교한 계산기가 신의 뜻을 해석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다름없다. AI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 특정 문제를 풀기 위해 인간이 만든 정교한 보조 도구일 뿐이다.둘째,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을 잘 할 수 있다.바로 그 도구로서의 AI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인간이 일일이 찾아내지 못하는 수십만 변수 사이의 미세한 상관관계를 포착하고, 기업의 수백 분기 재무제표를 단숨에 분석하며, 뉴스 기사의 톤을 정량화해 투자 심리를 수치화한다. 이 능력 덕분에 AI는 과거 데이터의 패턴이 미래에도 그럴듯하게 반복된다는 가정하에서는 탁월한 '예측' 성과를 낸다. 물류 최적화, 날씨 예보, 기계 고장 예측 같은 분야에서 AI가 빛을 발하는 이유다.셋째, 데이터가 편향되면 결과는 오류가 난다.하지만 바로 그 강력함이 가장 큰 함정이 된다. AI는 오직 학습한 데이터의 프리즘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본다. 만약 그 데이터에 편향이 있다면, 결과는 오히려 위험한 오류로 이어진다. 예컨대 지난 10여 년간의 강세장 데이터만 학습한 AI는 '주가는 항상 우상향한다'는 편향을 진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차별적 과거 판결문을 학습한 AI는 범죄 예측에서 특정 집단의 위험도를 높게 평가하는 오류를 범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는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의 치명적인 사례들이다. AI는 데이터라는 지도를 따라 현실이라는 미지의 영토를 탐험하는 탐험가에 불과하다. 지도가 틀렸다면, 목적지는 엉뚱한 곳이 될 수밖에 없다.경제와 주식을 예지할 수 없는 치명적 변수, 인간의 감정과 정책 리스크

이러한 한계는 왜 AI가 경제 위기나 주가 폭락을 결코 정확히 '예지'하지 못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수치화할 수 없고 비합리적으로 발현되는 인간의 감정, 그리고 하루아침에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리는 정치적 결정은 과거의 어떤 데이터로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없는 블랙홀과 같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2년 사이 세계 최고 수준의 퀀트 펀드들이 연달아 겪은 세 번의 수모가 그 증거다.

첫 번째는 2025년 4월의 '관세 쇼크'였다. 미국이 193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전격 발표하자 글로벌 자산 가격이 며칠 만에 폭력적으로 재조정됐다. 수십 년치 데이터를 학습한 추세추종 알고리즘들은 정책 발표 한 장이 만들어낸 급반전을 따라잡지 못했다. 세계 최대 상장 헤지펀드 중 하나인 맨 그룹(Man Group)의 대표 퀀트 전략은 단 9거래일 만에 8% 가까이를 잃었고, 그 시점 연초 대비 손실은 15%를 넘어섰다. '퀀트의 전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외부 투자자용 펀드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 밀리초 단위로 매매하는 내부 펀드는 살아남았지만, 보유 기간이 긴 펀드는 정책이라는 변수 앞에서 재조정할 시간을 얻지 못했다.

두 번째는 더 흥미롭다. 2025년 여름, 시장은 폭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평온한 강세장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기간에 세계 최고의 퀀트 주식 펀드들이 두 달 동안 4% 이상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잃었다. 원인은 이른바 '쓰레기 랠리(garbage rally)'였다. 재무적으로 부실하고 공매도가 집중된 저품질 주식들이 개인 투자자의 투기적 자금과 유동성에 힘입어 폭등한 것이다. 알고리즘들은 교과서대로 '좋은 기업을 사고 나쁜 기업을 파는'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펀더멘털이 아니라 밈(meme)과 군중 심리가 가격을 결정하는 국면에서, 과거의 합리성을 학습한 모델은 매일 조금씩 피를 흘렸다.

세 번째는 2026년 1월이다. 새해 첫 2주 동안 미국 퀀트 펀드들은 또다시 3%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며 수개월 만에 최악의 10일을 보냈다. 이번에도 시장 전체의 붕괴가 아니었다. 저품질 종목의 숏스퀴즈, 즉 공매도 포지션이 몰린 종목이 급등하자 손절 매수가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었다. 모두가 같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같은 요인에 베팅하는 시대에, 붐비는 거래(crowded trade)는 그 자체로 폭탄이 된다.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알고리즘들끼리 서로의 손실을 증폭시키는 역설이다.

2020년 3월 팬데믹 당시 AI 헤지펀드들이 인간의 공포 앞에서 무너졌던 것이 '한 번의 예외'였다면, 2025~2026년의 연쇄 손실은 그것이 예외가 아니라 구조임을 보여준다. 정책 한 줄이 수십 년치 추세를 무효화하고, 군중의 비이성이 펀더멘털을 압도하며, 기계들의 동조화가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과거 데이터 안에는 온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확률 게임이지만, 예측은 겸손해야 한다

AI는 나이프가 나오기 전까지는 훌륭한 가위바위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갑자기 "비겼으니 나이프를 내자"고 외치는 순간, 알고리즘은 무력해진다. 미래 예측이 실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데이터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려움에 떨고, 무모하게 베팅하며,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희망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인간들이 만든 알고리즘들이 서로를 학습하며 새로운 종류의 불확실성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곤 한다. "LLM은 엑셀이지 오라클이 아니다." 계산은 기계에 맡기되, 판단과 책임은 인간의 몫으로 남겨두라는 뜻이다. 따라서 질문은 "AI가 미래를 예지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는 AI의 예측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얼마나 의존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AI는 신탁이 아니다. 그저 우리에게 부족한 계산 능력을 보완해주는 불완전한 거울일 뿐이다. 그 거울에 비친 미래의 모습을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바로 그 거울의 파편에 베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